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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7-16 ] [수잔김 칼럼] 명품

남편은 아침에 출근할때 꼭 무엇을 입을까하고 나에게 물어보기는 하면서도 결국 자신이 늘 자주 즐겨 입는 편한 옷만 즐겨 입는다.
"여보! 내 회색셔츠가 안보이네?- "그것 버렸어요”- "뭐? 실망하는표정이 역력하다.
어제는 작정을하고 옷장속 남편의 낡은 옷들을 다 내다 버렸다.
새옷을 사줘도 옷장에 쳐박아 놓고 늘같은 옷만 교복처럼 입고 심지어 속옷까지 낡아 너덜 너덜 할때까지 입는 것만 입는다.
일주일 내내 같은 자켓과 낡은 셔츠만 입어 오늘 아침엔 한마디 해줬다.
"당신이 옷을 아무렇게나 입으면 내가 욕을 먹어요. 제발 나를 봐서 옷좀 바꿔가며 입으세요."
남편을 출근시키고 여유있게 커피 한잔을 하며 십여년전 기막혔던 옛날 생각에 웃어본다.
이국 만리 멀리 떠나온 이곳 미국에서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동창을 우연히 마켓에서 만났다. 시애틀에 산다는데 잠시 친척집에 방문온 친구가 어찌나 반갑던지 함께 커피샾에서 친구 부부와 우리 부부는 함께 모여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남편끼리도 오래된 친구인양 금방 친해졌다. “우리 이렇게 헤어지긴 너무 아쉽다. 너희 가족과 우리 가족 함께 여행가자." 라는 동창의 제안에 "오케이! ". 나는 즉흥적으로 대답은 했지만 막상 두 가정이 여행을하려니 이것 저것 걸리는게 많았다.
라스베가스로 여행가기로 결정을 하고 20년만에 만난 친구와 여행을 하는 기쁨에 앞서 잘나가는 남편덕에 여유있게 사는 친구와 어느정도 보조를 맞춰야 할것 같은 자존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비싼 명품으로 치장하는 사람들을 사치라고 핀잔하며 “내가 명품이지 쓸데 없는 곳에 포장할 필요가 없지, 다 낭비야”라고 이런 사람과는 부류가 틀리다고 늘 자존감 높이며 품격있는 철학이 있는양 당당했던 내가 그 친구 앞에서 잠시 내 철학을 뒤로 미루기로했다.
나는 평생 입어보지도 못한 비싼 유명 메이커로 남편과 아이들을 포장시키는데 한달 봉급을 다 날렸다. 마치 여행이 아닌 전투에 임하는 철갑 무장한 행진처럼 어쩜 무도회에 참여하는 화려한 파티장처럼 무장했다.
열심히 살았으니 한번쯤은 입어도 돼 !!!
스스로 정당화하며 내주제에 맞지않는그야말로 미친짓!
잘 꾸며진 가족들을 보며 멋진 황제 남편과 왕자 공주가 따로 없었다.
행복하고 흡족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날부터다.
마치 동화속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린것처럼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호텔안에 있는 사우나를 가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아이구~~~ 내가 속옷까지 검사해야하나.”
분명히 내가 버린것으로 알았는데 남편이 그 낡고 바랜 런닝을 입고 온것이다.
바랜 셔츠를 버리라고 구박하면 늘 남편은 “이거 당신이 사준건데 감촉이 너무 좋아” 그 촉감과 습관에 정이들고 마음이 편해진다했다.
아들 역시 한몫 더해 그 다음 날 입은 옷은 둘다 가관이다.
6.25 사변후 피난민 행색이 스쳐 지나가는듯했다. 친구는 웃음을 참는 목소리로 “웬간하면 새 옷좀 사 입혀라.”해댄다.
오히려 어제의 명품이 더 초라함을 나타낸 꼴이 되었다.
새옷이 불편해서 평상시 입던 옷으로 갈아 입은 눈치 없는 남편과 아들때문에 난 스타일이 완전 구겨졌다.
망가진 기분에 음식을 어떻게 먹었는지 대화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엉망이 되버린 기분으로 친구 부부와 헤어지고 식구들에게 잔뜩 화를 냈다.
남편의 말씀 “명품은 당신 마음 속에 있는거야. 당신의 명품은 남이 좋아하는 것이지만 나의 명품은 내가 익숙하고 편안한 옷이야”. 되레 큰소리로 구박먹고 찌그러진 여행을 하다 돌아왔다.
그렇지.가족은 오랜동안 정이 들고 편한 속옷처럼 살겁고 부드러운 촉감처럼 편안하고 정겹게 자리하지 않는가.
남이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아무리 낡고 바래도 내가 좋으면 그게 진짜 명품이고 우리 가족이 명품이지.

클래식 음악이 퍼져나는 명품 햇살 아래 여유로이 한잔의 커피 향을 만끽하며 새롭게 하루를 여는 이 아침이 명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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